쌀 값도 죽이고 농민도 죽이고

-백남기 농민의 진정한 사망 원인-

 

 

왜 그는 민중총궐기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나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에 대한 주장은 분분하지만, 결국 민중총궐기에서 입은 부상이 일차적 사망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백남기씨는, 그리고 농민들은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 민중총궐기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을까?

 

  201511141차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2대 요구안을 내놨다. 농업 부문에서의 요구안은 밥쌀 수입 저지,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반대, 쌀 및 농산물 적정 가격 보장이었다. 이 세 요구안은 모두 수입 농산물로 심각한 가격 하락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 농산물과 쌀의 적정 가격 보장을 위한 것이다. 이전부터 농민들은 쌀의 적정 가격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응해 대선 당시 쌀 1포대(80kg)의 가격을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공약과는 정반대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쌀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5일 기준으로 전국 평지 산지 쌀값은 1포대에 137152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의 159972원보다 14.3%가 하락한 가격이다.

 

 

 

 

 

  이렇게 쌀값이 폭락한 이유 중 하나는 생산과다와 소비감소라는 구조적인 원인이다. 실제로 정부는 쌀 수급 문제의 주원인을 소비량에 비해 과다한 공급을 보이는 현 시장구조에서 찾고 있으며, 최근 4년동안의 풍작과 지속적인 쌀 소비감소가 현상황의 가장 큰 문제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쌀 소비량은 매해 감소세를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41인당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10년전인 20051인당 쌀 소비량 80.7kg에 비해 15.6kg이나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4년동안의 쌀 생산량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쌀 생산량은 2012년 약 400만톤에서 2015432만톤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의 쌀 수급 문제의 원인이 오직 생산과다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최근 4년만 보면 쌀 생산량은 증가 추세에 있으나 전체적인 추세를 보면 쌀 생산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위 그래프를 보면 국민 총생산의 분기점인 1988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쌀 생산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소비의 감소 추세에 맞춰 생산량도 줄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쌀 생산 과잉 주장은 그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미곡의 소비-생산 구조에서 또다른 공급의 문제는 무엇일까?

  농가 측에서는 정부의 쌀 수입 시장 개방을 그 이유를 꼽고 있다. 우리나라 쌀 수입 시장 개방은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된다. 당시 모든 농산물에 관세를 붙여 시장을 개방한다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약 아래,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1995-2004년까지 10년간 전면 개방을 유예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해외 농산물을 최소시장접근 물량인 MAA를 관세를 붙여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5년 국내 쌀 소비량의 1%5만톤에서 2004년에는 국내 쌀 소비량의 4%205천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했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도하 라운드 재협상에서 정부는 쌀 개방을 막지 못하고 관세화를 통한 전면 수입을 수용하게 된다. 이로인해 쌀 시장 개방 재유예 기간인 2005-2014년이 끝나는 2015년부터 513% 과세로 국내 소비량의 8%41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쌀 수입 문제는 공급의 과잉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시장 질서 혼란이라는 악영향도 미치고 있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입쌀의 불법유통 적발현황은 총 1,131, 1788톤으로 이 중 84%953건이 원산지 허위표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통해 농가는 정부가 공급량 과잉을 해소시키기 보다 오히려 수입을 통해 심화시키고 있으며 수입쌀의 원산지 허위표시로 인해 국내산 쌀의 시장 경쟁력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쌀 시장 개방에 대한 농가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미 20년 동안이나 유예시켜온 농산물 시장 개방을 더 이상 미루게 된다면, 유예 연장 종료 이후 농산물 의무 수입량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쌀 관세율을 농업협정 범위 내 최대 수준인 513%로 책정하였으며 이후 수입량이 일정 수준 증가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관세율을 높여 국내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긴급관세(SSG)를 적용하여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수입쌀의 부정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수입쌀, 국산쌀 혼합판매를 금지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의 문제가 이렇게 상반된 가운데 그렇다면 관리의 문제 과연 어떨까? 관리의 문제또한 농가와 정부의 입장이 다르다. 농가는 안일한 정책과 생산관리 실패로 인해 쌀 값의 저하를 가져왔다며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13월 농림수산식품부는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매년 70만톤의 과잉 물량을 예상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4만 헥타르에 타작목 재배를 추진하고, 정부쌀 할인공급과 가공용 쌀 재배단지 조성, 핵심가공기술 개발을 통해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를 꾀했다. 또한, RPC(미곡종합처리장)의 통합 규모화와 쌀 자조금제(미곡 재배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 조성, 소비확대를 위한 조사와 연구, 홍보 활동 등을 벌이는 것) 도입과 관세화 논의를 마무리하고 조기에 추진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은 위에서 말한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전면개입을 제외하고 모두 실패 또는 무산으로 돌아갔다. 또한 풍작에 대한 예측은 했지만 관리가 제대로 돼지 않았다. 농촌 전문 연구소 GS&J인스티튜트의 159호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계절진폭(전년 수확기 평균 쌀가격 대비 올해 수확기 쌀가격 변동폭)의 변동성에 대한 정확한 규정없이 담당자의 임의적인 판단과 당시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시장 격리와 방출이 결정하여 불안정성을 가중시켰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같은 임의성은 정부의 쌀 비축량 목표 17%를 실제로는 11%에서 35%까지 크게 변동시켰으며 비축미에 5년차 이상의 다량의 묵은 쌀을 포함하게 만들었다. 이는 비축량 관리와 품질 유지 실패뿐만이 아니라 현재 쌀 수급문제에 역계절진폭(비수확기의 쌀값이 전년 수확기보다 떨어지는 현상)까지 불러오고 있는 상태다.

 

  물론 이에 관해 정부쪽에서도 나름의 입장이 존재한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타품목 재배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로 2014년도에는 전년 대비 벼 재배 면적이 2.1% 감소했으며, 역계절진폭에 따른 쌀값의 저하를 막기 위해 RPC(미곡종합처리장)에 벼 매입 지원자금을 약 1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더해서 올해 새누리당과 정부는 10월 초에 쌀 초과물량 시장격리를 2016년살 쌀을 연내 일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쌀 매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 쌀 공급자체의 감소는 주식으로서의 위치한 쌀이 대흉년을 맞았을 시 대책이 미비하다. 계속적인 정부 주도 쌀 매입도 결국엔 재고량 증가와 재정 부담을 낳고 있기 때문에 미봉책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현재의 매입한 쌀에 대한 처리는 선입선출법으로 처리되지만, 소비자들의 묵은 쌀에 대한 외면으로 인해 쌀의 고미화(시간의 경과로 인한 쌀의 산화, 주로 묵은쌀을 지칭)를 진행시켜 종래엔 악성 재고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결책으론 대북지원과 저소득층 쌀 지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 쌀 매수는 정부의 명목금액과 시장 실질금액의 동일화에 의해 농가 경제 이득이라는 장점이 점점 퇴색되고 있으며 정부의 재정 부담까지 안겨주고 있다.

 

  정부의 쌀 공급·생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농가의 시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가하면 그것도 미지수다. 농가의 실질소득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농협조사 월보에 의하면 농가의 소득 수준은 1990년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은 97.2%로 거의 비슷했지만, 200080.5%로 떨어지더니, 60%대까지 떨어졌다. 현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일각에선 쌀 유통의 복잡함을 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 유통과정은 농민-농협-민간 미곡종합처리장-도매업체-유통업체(소매업체)-소비자의 형태로 매우 복잡한 유통 단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런 복잡한 구조의 각 단계에서 운송비와 마진이 붙으므로 소비자 가격은 초기 가격의 몇 배로 불어날 수 밖에 없으며,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피해를 낳고 있다는게 이 주장의 골자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주장에 허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그래프는 현재 연 평균이 최종집계된 2010년도부터 2015년도의 수확기의 원산지 평균 가격과 소매 평균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복잡한 유통과정에도 불구하고 원산지 가격과 소매가격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농가의 실질 소득의 저하와 소비자가의 상승을 초래하는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일부분에선 높은 생산비를 들고 있다. 밑의 자료를 보면 연간 생산원가는 최소 50%에서 최대 70%까지 이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판매원가에 비해 높은 생산원가가 농가 실질소득의 저하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의 장애인 것이다.

 

 

 

  농가는 농민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토지용역비의 가파른 증가 그리고 농업기계화에 대해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 정부는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농업의 현대화·기계화, 용수 공급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 등, 여러 정책을 내놓았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책임을 회피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쌀 문제는 농민의 생존권 문제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쌀 문제는 복잡한 원인관계 속에 놓여있다. 이렇게 꼬인 실타래를 푸는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정부의 적극적인 쌀 시장 관리와 심층적인 분석을 통한 실질적 대책 마련이다. 아무리 쌀 소비량이 줄어들었다지만 아직까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쌀 수급 문제는 식량 주권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렇게 중요한 쌀 수급문제에서 정부는 그동안 무사안일한 방관을 유지했다. 20년 동안의 유예기간 동안 국산 쌀 경쟁력 향상을 거의 방치해두었으며 그로 인한 시장 개방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안게 되었다. 그에 더해 생산 관리의 허술함으로 인해 쌀 가격의 불안정성을 초래했고 재고 관리도 실정에 맞지 않아 고미화로 인한 악성 재고를 양상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의 실질 소득이 급락하는 가운데 실질 정책을 내놓지 못해 쌀 생산비의 고액화까지 불러일으켰다.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복잡한 쌀 문제 속에서, 식량주권을 위한 최소한의 생산성을 위해 더 이상 쌀 수급 문제를 생산자인 농민에게만 넘길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 인구는 300만 명 선마저 무너져, 전체 인구 중 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6%도 안 되는 수가 우리나라 국민을 먹여살 리고 있는 것이다. 백 씨를 포함해, 정작 그렇게 우리를 먹여 살리던 이들이 제대로 먹고 살지 못할 위협에 처해 거리로 나섰다.

 

  백남기 농민은 단순한 시위 참가자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농촌 문제의 한 단면이다.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그를 민중총궐기에 참가하게 한 원인인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농업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가 폭력 사태로 답할 것이 아니라 한국 농업 시장 문제의 전반적인 재고로 답해야 할 것이다.

 

 

-돌로레스 엄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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